4장 제6화

side Fantôme Iris

 

[셰어하우스 -Fantôme Iris-]

 

코하루: 너희들, 페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어?

 

쥰: 그러니까……, 프랑스에서 태어났고, 어학 강사를 하고 있고, 우리 Fantôme Iris의 보컬이고…….

 

토모루: 형인 질베르 씨랑 사이가 좋죠. 애초에 밴드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형의 영향이라고 했던가.

 

다이몬: 그렇지.

 

쥰: 하지만, 그 정도고……. 만나기 전의 일은 거의 몰라요.

 

코하루: 뭐 그렇지. 내가 할 말도, 나고야에서 만났을 때부터의 일이 중심인데…….

다이몬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……. 어느 날, 술을 마시고 있었더니 그 녀석이 툭 흘린 말이 있어.

「예전에는, 흡혈귀라고 불리는 게 싫었다」고.

 

쥰: 엣, ……그, 그랬어요?

 

다이몬: ……기억이 안 나는군. 내가 없을 때일지도 모르겠군.

 

토모루: 예전에는 싫었던 호칭을 밴드의 캐릭터로 골랐다는 건, 뭔가 있었던 거려나요.

 

코하루: 어릴 때에 자신의 생각을 바꿔준 아이가 있었다는 것 같아. 그 만남이 없었다면 Fantôme Iris는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.

 

쥰: 그 정도로 말할 정도로 중요한 계기가 그렇게 예전에 있었군요.

하지만……, 생각이 바뀌지 않았더라면, Fantôme Iris의 세계관으로 밴드를 결성할 생각은 안 했겠죠.

 

다이몬: 그래서, 코하루. 그 일이 이번 일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 거지?

 

코하루: 아까, 예전에도 페리의 상태가 이상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잖아?

그보다 조금 전에, 그 녀석이 말했었어. 「흡혈귀라고 야유받는 아버지가 싫었어. 그런 사람의 아들인 자신도 좋아할 수가 없었어」라고.

 

토모루: 페리상의 아버지…….

 

쥰: 야유를 받았다는 건, 좋지 않은 의미로 불렸다는 거겠죠…….

 

다이몬: 흡혈귀는 인간으로부터 착취하는 괴물, 혹은 악마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.

혹시, 그런 의미로 불렸던 걸지도 모르겠군.

 

코하루: 그래.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, 이 녀석도 이것저것 끌어안고 있는 게 많네, 정도로 생각했었지만…….

혹시, 그게 원인일지도 모르지.

 

토모루: 페리상의 몸상태가 나빠지는 건…….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요?

 

코하루: 그냥 너무 깊게 생각했을 뿐이면 좋겠지만 말이지. 뭐, 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이런 느낌이야.

 

토모루: ……감사합니다.

아까 상담했던 기획 참가 건은, 역시 포기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했어요.

이 참에 페리상에게 연락해서 전해둘게요.

 

[문소리]

 

다이몬: 벌써 이런 시간인가. 생각보다 이야기에 열중했군.

슬슬 저녁밥 준비를 하지.

 

코하루: 그렇네. 마침 배고프다 싶던 참이었어.

 

쥰: 그럼 저는, 방해하지 않도록 방에 돌아가있을게요.

 

코하루: 부르면 바로 오라고-? 너, 게임하고 있으면 못 들을 때가 있으니까.

 

쥰: 시, 신경쓸게요……!

 

 

1시간 후--.

 

[문소리]

 

토모루: 아, 페리상. 어서 오세요.

 

펠릭스: 왜, 참가하지 않는 건가.

 

토모루: 에……?

 

펠릭스: 이 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다니, 이해할 수가 없군.

너희들은, 나의 종이지 않나?

 

[발소리]

 

다이몬: ……펠릭스, 어쩐 일이지. 너답지 않아.

 

펠릭스: 네놈은 나에 대해서 뭘 아는 거지? 고작 몇 년 알고 지낸 정도로.

 

다이몬: …………,

 

코하루: 어이 페리. 농담이라도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잖아.

술이라도 취한 거야?

 

펠릭스: 명정(酩酊)이라……. 확실히 지금까지의 나는 몽상의 술에 취해있었던 걸지도 모르겠군.

 

코하루: ……하아?

 

펠릭스: 스스로를 흡혈귀의 왕이라 칭한다면, 더욱 그에 어울리게. 더욱 흡혈귀답게. --그래, 착취해야 할 터인데.

생혈을 빨듯이, 목숨을 탐하듯이, 한층 더 격렬하게, 맹렬하게, ……말이지.

 

토모루: 이건……, 아까 코하루상이 말했던……?

 

코하루: 겠냐고. 이렇게 맛이 간 느낌이 된 건 본 적이 없어.

 

[쾅]

 

쥰: 왜, 왜 이렇게 위험한 분위기가 된 거야……. 깜짝 놀라서 넘어져버렸어……. 아파라…….

 

펠릭스: 아직 종이 있었군. 너희들, 이 몸의 말을 유념하여 듣도록.

 

쥰: 페, 펠릭스상……?

 

펠릭스: 그 통지에 응하는 것이다. 새로 태어난 이 몸을, 더욱 갈고닦아진 우리의 음률을 백성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.

이 몸은 모든 흡혈귀를 통치하는 왕. 지금 여기에 새로 태어났다고, 세상에 알리도록 하지.

후후후…….

 

토모루, 코하루, 다이몬: ………….